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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국내 게임플랫폼 주류 이동

아이폰 열풍으로 디바이스기기 급속화
디지털세대 `문화향유 패턴` 바꿔 놓아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북미, 유럽, 일본 등 흔히 말하는 세계 게임시장의 본류, 혹은 원류와는 달리 온라인 플랫폼 일색입니다. `기어즈 오브 워', `헤일로' 등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며 수천만장이 팔리는 블록버스터급 비디오게임 최신작이 국내 게임 시장에선 고작 1만개 이상 팔리기 힘든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유독 국내 게임시장을 온라인 게임이 독점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요. 우선, 20∼50만원 가량인 비디오 게임기 자체가 가격이 부담스러운 반면,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은 무료로 기본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진입 단계에서부터 문턱이 낮은 것입니다. 가격 경쟁력 외에 한국의 교육열도 한 몫을 했습니다. 비디오게임기는 PC와 달리 순전히 게임만 즐기는 기기입니다. 게다가 TV 수상기와 연결시켜 즐겨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거기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까지 심하니 비디오게임 시장이 성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반대로 해외 출장을 나가보면 모든 플랫폼의 게임이 만개한 북미 시장에서 왜 온라인게임이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호텔 등 각종 숙박시설에서 제공되는 인터넷 서비스의 열악함은 고용량 클라이언트를 수반하는 온라인게임 이용은 물론 일상적인 인터넷 이용을 하는데도 상당한 인내를 필요하게 합니다.

미국 현지에서 만난 한 교포는 "대부분의 미국 게이머들은 스탠드 얼론 방식의 비디오 게임을 즐기고 X박스 라이브로 이용자간 채팅이나 하는 정도"라며 "평균적인 망 환경이 딱 페이스북 즐기기 좋은 수준인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대체 이런 인터넷 망 환경에서 어떻게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같은 메가톤급 흥행작이 나왔을까? 하는 궁금함을 좀체 떨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이처럼 게임 플랫폼 편중이 일어나다 보니, 국내 게임개발자들의 제작 역량은 네트워크에 접속한 이용자들이 게임 속 세상에서 이웃과 협력하고 경쟁하며, 끊임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설계하고 콘텐츠를 무한 공급하는데 맞춰져 왔습니다.

결국 세계 게임 시장 주류인 비디오게임 시장과는 계속 멀어져 왔습니다. 국내 온라인게임들이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원조 한류'로 외화도 벌고 국가 위상도 드높여 왔지만 몇몇 게임을 제외하면 세계 게임 강국과 정면승부를 피하고, 아시아 권역에서 그 대부분의 성과를 낸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에 온라인게임 열풍을 몰고 온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2년쯤 전 "가만히 보니 지금처럼 PC앞에 앉아 게임하지 않는 세상이 올텐데, 그걸 생각하면 지금 우린 뭐하고 있는건지"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그 당시 만 해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그 시기가 빨리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폰 열풍으로 인해 촉발된 스마트 디바이스 기기의 급속한 보급이 디지털 세대의 문화향유 패턴을 바꿔 놓았기 때문입니다.

수년 전의 피처폰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온갖 엔터테인먼트를 휴대폰과 태블릿을 통해 다 즐길 수 있게 된 때문입니다. 자연스레 가정에서 데스크탑을 이용하는 시간의 절대량이 현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책상 앞에 정자세로 꽂꽂히 앉아서 키보드의 각종 단축키를 왼손으로 바람처럼 난타하고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조정하는 고전적인 게임 플레이 시간이 줄어들고 이동 중, 혹은 거실의 쇼파, 침대에서 편안한 자세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자연스런 모습이 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게임 전도사'로 변신한 남궁훈 대표는 "휴대폰, 태블릿이 게임은 물론 각종 엔터테인먼트와 필수 사무 등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기가 되는 반면 PC는 중장기적으로 비디오게임기처럼 `게임하기에만 편리한' 도구로 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교육열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상태의 PC가 어떠한 대접을 받게 될지 충분히 내다볼 만 하며 결국 게임업체는 이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지요.

이같은 생각은 사업다각화처럼 `해도 되고 안되되 되는' 일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꼭 해야 하는 필수적인 생각이 됐습니다. 아무리 두들겨도 안 열렸던 비디오게임 시장과 달리, 스마트 디바이스 게임은 전 세계 각지에서 비슷한 단계로 시장 및 기술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먼저,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지요.

반면, 반론도 없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게임은 기술집약적이라기 보다 개인 개발자나 소규모 개발 스튜디오가 `기본기'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통해 빠른 시간에 승부를 보는 영역인데 이 시장에 선두부터 하위권까지 모든 사업자들이 다 뛰어들어 `올인'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게 그들의 주장입니다. 앞선 기술과 자본력을 가진 대형 게임업체가 스마트폰 게임에 목을 매다는 것은 대형마트가 영세소상인들의 생존 기반을 흔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트렌드를 감안하면 한국의 게임 배급사들 중 7∼8위권 이하는 대형 온라인게임 자체 개발은 포기하고 중국산 MMORPG나 웹게임을 수입, 서비스하고 스마트폰 게임 개발 및 서비스가 본업이 되는 시기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2015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스마트 디바이스 게임이 일정한 입지를 구축하고 그 속에서 한국의 게임산업이 어느 정도 지위를 얻을지 가름이 날 것 같습니다.

서정근기자 anti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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