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알아봅시다]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ICT 생태계 지속 가능한 발전 '지표'

강희종 기자 mindle@dt.co.kr | 입력: 2011-12-21 20:01

합법적 콘텐츠ㆍ앱 차단 금물
트래픽관리 필요한 경우 예외
mVoIPㆍ스마트 TV는 논외로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망중립성 정책 방향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망중립성가이드라인(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안은 향후 정부의 망중립성 정책의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이 안은 정부가 구성한 망중립성포럼을 통해 충분히 논의된 결과물이었기 때문에 토론회에서 찬반 논쟁이 치열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입장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향후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정책 동향=망중립성이란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망중립성은 데이터 트래픽이 크게 증가하고 콘텐츠사업자가 네트워크 사업자의 수익 모델을 침해하면서 문제가 심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잇따라 망중립성 정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국가별 특수상황에 따라 망중립성 규제의 논의 속도 및 강도에는 차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미국, 네덜란드, 칠레는 독과점적 경쟁 구조 및 통신 사업자의 지배력 행사 가능성에 따라 통신법을 개정하거나 규칙을 제정함으로써 트래픽 관리에 대한 통신 사업자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시장의 자율 기능에 따른 문제 해결 가능성에 따라 망중립성 규제를 유보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싱가포르, 노르웨이는 법제화를 통한 신속한 의무 부과보다는 가이드라인 제정, 결정문 등의 형태로 원칙적인 방향만을 제시하는 점진적인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인터넷의 중립성 및 이용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는 플랫폼, 단말 계층에서 지배력의 존재 및 행사 가능성에 대한 검토도 중요함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트래픽 관리 정보 제공 및 차단금지ㆍ비차별 원칙을 표명하되, 예외적으로 합법적인 트래픽 관리는 허용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통신사업자는 최선형 인터넷의 품질이 저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리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망 투자비용 분담에 대해서는 명확한 원칙이 제시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국내 망중립성 정책 수립방향=KISDI가 제시한 국내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목적, 인터넷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차단금지, 불합리한 차별금지,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 관리형 서비스, 상호협력, 정책자문기구의 구성 및 운영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기본 원칙을 정함으로써 개방적이고 공정한 인터넷 이용 환경을 조성하고,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의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ISP는 인터넷 트래픽 관리의 목적, 범위, 조건, 절차 및 방법 등을 명시한 트래픽 관리 방침을 공개하고, 트래픽 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경우 그 사실과 영향 등을 해당 이용자에게 고지해야 합니다. 방통위는 필요한 경우에는 공개 및 고지 또는 공지 대상 정보의 범위 및 방식 등을 별도로 정할 수 있습니다.

또, ISP는 합법적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또는 망에 위해가 되지 않는 기기 또는 장치를 차단해서는 안됩니다. ISP는 또한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의 유형 또는 제공자 등에 따라 합법적인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됩니다. 이 두 가지 경우,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일시적 과부하 등에 따른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국가 기관의 법령에 따른 요청이 있거나 타 법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을 포함합니다. 이밖에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합리성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등은 방통위가 별도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이 경우 해당망의 유형(유무선 등)과 기술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정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최선형 인터넷의 품질이 적정 수준 이하로 저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리형 서비스(managed service)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관리형 서비스의 제공이 최선형 인터넷(best effort ineternet)의 품질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방통위가 별도로 모니터링하도록 했습니다. 관리형 서비스는 ISP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최선형 인터넷의 제공 방식과 다른 트래픽 관리 기술 등을 통해 전송대역폭 등 트래픽 전송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가이드라인은 ISP와 콘텐츠ㆍ애플리케이션ㆍ서비스 제공자 등은 ICT 생태계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콘텐츠ㆍ애플리케이션ㆍ서비스제공 및 망의 안정적인 운용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정보를 제공하는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협조하도록 했습니다. 또,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시장 자율적 기준 마련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방통위는 인터넷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제고,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범위, 조건, 절차, 방법 및 트래픽 관리의 합리성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의 마련 등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시행에 필요한 조치, mVoIP(모바일인터넷전화) 등 새로운 서비스의 확산에 대한 정책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정책 자문 기구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정책자문기구의 구성 및 운용 등과 관련해 필요한 사항은 방통위가 별도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mVoIPㆍ스마트TV 논의는 별개=이번 가이드라인에는 망중립성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는 mVoIP와 스마트TV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방통위는 mVoIP의 차단금지 및 역무 분류 등 규제 이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mVoIP 차단에 대한 국제적인 관례는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한 합리적 트래픽 관리의 경우 트래픽 유발에 비례하는 망이용대가 등에 대한 논의도 계속해나갈 계획입니다. 방통위는 정보공개 가이드라인, 트래픽 관리 가이드라인 등의 제정을 위한 논의도 지속할 계획입니다.

강희종기자 mind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