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커처 배워 우리 팀원들 멋지게 한 번 그려볼까? - 만화가 김경호 씨에게 배우는 캐리커처 그리는 법 | |
2008년 6월 10일(화) / 삼성 / 조회(159) | |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특징을 과장하여 우스꽝스럽게 풍자한 글이나 그림, 바로 캐리커처이다. 과장스럽게든 우스꽝스럽게든, 캐리커처는 그 사람의 얼굴 특징이 잘 나타나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얼굴은 신비로운 것이어서, 그 사람의 사진 위에 투명한 종이를 올려 놓고 똑같이 베껴도, 닮지 않게 나온다. 캐리커처, 그러면 어떻게 그려야 할까. 그 사람에 대한 애정, 바로 멋진 캐리커처를 그리는 시작이다.
讀書百遍義自見(독서백편의자현)이라…. 책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 필자가 만일 캐리커처 전문학원을 차려서 수강생들을 받는다고 하면, 첫날은 사진 한 장을 던져 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캐리커처 그리기 '준비단계' _ 일단 계란 하나를 준비한다 그림1. 계란 위에 열십자(十)를 긋는다. 가로선에 눈을 그려 넣는다. 타원보다는 물고기 형상에 가깝게 그린다. 눈과 눈 사이는 눈 하나만큼의 간격을 준다. 이것이 무엇인가? 소위 표준형 얼굴이다. 그림 2. 이목구비의 이데아를 지향하는 그리스 조각상이나 연예인들의 얼굴이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이목구비 중 표준형에서 초과한 것과 미달된 것을 고른 후, 큰 것을 더욱 크게 작은 것은 더욱 작게 표현한다. 이목구비뿐 아니라 얼굴형과 헤어스타일도 살핀다(계란형 얼굴에서 벗어난 넓은 얼굴은 계란 후라이형 얼굴로 표현한다). 가능하면 대담하게 그려라. 외계인이 나와도 좋다. 분명히 대상과 닮은 외계인이 그려질 것이다. 그림 3을 보기 바란다(필자의 사진이다). 우선 표준형 얼굴에서 초과한 것을 고른다면 계란형에서 벗어난 네모진 얼굴형ㆍ양미간 간격ㆍ인중의 길이이며, 미달된 것은 코의 길이ㆍ입술 밑에서 턱 끝까지의 길이가 있다. 그림 3 다음으로 관찰되는 것으로 좌우의 크기가 다른 눈(이것은 각도의 문제이기도 하다)이 보인다. 큰 것을 키우고 작은 것을 축소시킴으로 해서 그림 4와 같은 캐리커처를 완성할 수 있다. 그림 4 그림 5는 기아타이거즈 이종범 선수의 캐리커처이다. 이종범 선수는 눈이 큰 편이지만, 그보다는 코와 턱이 더 크고 인상적이다. 따라서 코와 턱만으로도 간단한 캐리커처(그림 6)를 만들 수 있다. 그림 5 그림 6
이 두 번째 명제는 큰 것을 키우고 작은 것을 축소시키라는 첫 번째 원칙의 심화 과정이다. 우선 '단점'이라는 표현에 대해 폭넓은 양해와 이해를 바란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강의를 위한 편의상의 용어일 뿐이다. 역시 이때도 그리스 조각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연예인의 얼굴도 좋다. 미의 기준은 시대적으로도 다르다는 견해라든지, 인종적 편견을 버리라는 주장은 잠시 키핑해 주기 바란다. 나는 지금 캐리커처를 쉽게 그리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다음, 그리스 조각상이나 연예인의 얼굴과 그리려는 대상을 비교해 보라. 물론 대부분의 이목구비가 기준에서 벗어나 있을 것이다. 그중 특별히 많이 벗어나 있는 것을 고른다. 그리고 과장한다. 그 밖에 주름살이라든지 보기 싫은 점 같은 부위를 속속들이 찾아낸다. 그리고 과장한다. 머리숱이 없다든지, 좌우 눈의 크기가 다르다든지, 코가 들려 있다든지, 하여튼 '못생겼다'라고 일반적으로 칭해질 수 있는 모든 부위를 끄집어낸다. 그리고 과장한다. 다시 필자의 얼굴을 보자(그림 3).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필자의 얼굴에서 가장 존재감이 강한 단점 하나를 고른다면 역시 짝눈이다. 당연히 과장한다(그림 4). 이 두 번째 단계까지만 마스터해도 웬만한 캐리커처는 소화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아직은 사진으로만 트레이닝하라는 것이다. 이 단계만으로 주위 친구들을 대상으로 바로 실전에 들어가게 된다면?
인간은 평소에 희노애락의 다양한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짓는 표정이 있다. 쉽게 설명하겠다. 증명사진을 보라. 얼짱 각도로 어색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 말고, 정말로 무표정하게 찍은 오소독스(orthodox)한 증명사진을 말한다. 무표정하게 찍은 것인데도 표정이 나온다. 야릇한 모나리자의 미소를 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뭔가 미묘한 불만스러움이 묻어 나오는 사람이 있다. 인간은 무표정하게 있을 때 비로소 그의 표정이 나온다. 그 사람의 살아온 인생 역정과 세계관이 표정으로 발현되는 모양인데, 어쨌든 그 주 표정을 캐치하고 캐리커처에 담는다. 이 역시 간단하다. 눈매와 입꼬리의 곡선 하나로 완성할 수 있다. 그 밖에 그 사람이 평소에 자주 취하는 행동이나 버릇이 있다. 안경을 끊임없이 치켜 올린다든지 다리를 계속 떤다든지 하는 동작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러한 버릇을 그림 안에 넣어 주면 더욱 실감나는 캐리커처가 완성된다. 그림 7은 필자가 오래 전에 모 스포츠신문에 연재했던 스포츠카툰이다. 서장훈 선수의 머리를 쓸어 올리는 버릇을 가미해서 캐리커처에 생동감을 불어넣고자 했다(서장훈 선수의 그 버릇은 요즘엔 없어진 듯하다). 그림 7. 서장훈의 머리 쓸어 올리는 모습을 담은 캐리커처. 그래서 캐리커처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을 그릴 때 보다 쉽게 그릴 수 있고, 생면부지의 사람을, 그것도 사진 하나로 그린다는 것은 사실 그리 쉽지 않다.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은 참 신비로운 대상이다. 투명한 종이를 사진 위에 올려놓고 똑같이 베껴도 닮지 않게 나오는 게 사람의 얼굴이다. 결국 이목구비의 형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상을 담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강의가 공염불이 되는 것인가? 그래서 나는 캐리커처를 지도할 때 마지막으로 말한다. 나는 이 사람을 똑같이 그려 내고야 말 거야, 아니 이 사람의 복재해서 클론을 지면에 생산해 낼거야, 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우라고. 이것은 고도의 집중력과 정신력이 소모되는 두뇌작용이다. 그래서 캐리커처를 한 번 그리게 되면 맥이 풀리고 진이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 선생님, 전 너무 소질이 없나 봐요. 하라는 대로 했는데도 전혀 안 닮았어요, 어쩌죠? 좋은 방법이 있다. 그림에다 그 사람의 이름을 써 넣어라^^(그림 8). 어차피 캐리커처도 만화의 일종 아닌가. 그림 8
이제 캐리커처의 기술적인 이야기는 모두 끝났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이젤을 메고 몽마르트 언덕으로 향해선 안 된다. 그럼 더 뭐가 필요할까? 캐리커처에는 두 가지가 있다. 풍자로서의 캐리커처와 선물로서의 캐리커처가 그것이다. 시사만평에 등장하는 희화화된 정치인들의 모습이 바로 풍자 캐리커처로, 큰 것이 더욱 크고 작은 것은 더욱 작으며 단점이 처절하게 부각된, 위에서 설명한 캐리커처의 전형적 모습이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주변 친구들을 그려 주고 싶다면 이 방식으로는 안 된다. 그림 9를 보기 바란다. 필자의 동료 작가들이 그린 필자의 모습이다. 닮은 걸로 치면 세 번째 것이 제일 닮았고 두 번째 것이 제일 닮지 않았다. 세 번째 작가가 데생 실력이나 관찰력은 가장 뛰어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작가는 데생력보다는 대상에 대한 호의를 중점적으로 그림에 담고 있다. 의도적인 것은 분명 아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작가는 실제로 필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 번째 작가의 그림은 처음 만난 날 받은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세 작품을 보고 한때 모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였던 '3인 3색'에 빗대 '성형전ㆍ성형후 부작용'이라 칭했다. 그림 9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다. 좀 닮지 않아도 좋으니 잘 생긴 모습으로 그려 주어라. 캐리커처는 그림 실력을 뽐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선물이다. 대상에 대한 호의를 마음속에 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선남선녀가 그려진다. 약간은 성형수술도 해 주면 좋다. 그러나 지나치게 성형을 하면 놀린다고 생각하여 오히려 화를 낼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필자는 한때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캐리커처를 그려 주면서, '작가는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오만한 사명감을 갖고서 사람들의 단점을 마음껏 화폭에 담았던 기억이 있다. 그림 10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자의 그림을 보고 안 좋은 표정을 짓기 일쑤였고, 캐리커처 가격인 1,000원짜리 지폐를 필자의 얼굴에 집어던지고 간 아가씨도 있었다.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그림을 통해 누군가를 즐거워지는 것, 그것을 깨달은 것은 캐리커처를 시작한 지 10년째 되는 해였다(그림 10).
캐리커처를 연습하기 위해 그리스 조각상과 연예인의 얼굴을 관찰하면서, 시대를 초월하는 미의 절대 기준이 있는가에 대해서 항상 궁금했었다. 특히나 연예인들은 거의 비슷한 얼굴들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원장님께서 시술한 것도 아닐진대 하나같이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암묵적인 공통의 표준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필자는 순전히 그림쟁이로서의 호기심 때문에 3~4세 정도의, 기준이 없고 교육이 없고 편견이 없는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때가 있다. 연예인 사진과 일반인 사진 두 장을 놓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라고 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험해 본 결과 100%의 어린아이들이 연예인 사진을 선택했다(모 TV 프로그램에서도 이와 같은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미의 절대적 기준이라는 게 존재하는 게 아닐까? 에필로그 2 일종의 직업병이랄까? 필자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의 단점, 아니 단점이라고 세상이 얘기하는 부위를 살피기에 바쁘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눈이 높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는데, 오랜 세월 캐리커처를 그리면서 사람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겼다. 위에서 얘기한 주 표정, 즉 웃는 인상을 가진 사람이 화려한 이목구비의 사람보다 훨씬 잘생겨 보이고 또 그와의 관계도 싫증나지 않고 오래간다는 것. 또 하나는 살아 있는 눈빛. 총기가 넘치고 의지가 뚜렷한 눈빛은 섹시할 뿐 아니라 때로는 존경심마저 불러일으킨다는 것. 에필로그 3 필자는 캐리커처를 그려 주는 행사를 할 때 사람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본다. 피아니스트ㆍ운동선수ㆍ과학자 등등의 장래희망을 말하면 그 모습을 그려 준다. 필자에게서 그 캐리커처를 받아 간 사람들이 과연 그 꿈을 실현했을까…? 필자의 취미가 짐작되는 캐리커처.
김경호 / 만화가, <곰선생의 고전만화 해제>의 만화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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