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상세 RFP

사업 당사자간 혼란 최소화 프로젝트 품질저하 예방효과

지난 2일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부터 상호출자 제한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 대기업의 공공 정보화 시장 참여가 불가능해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SW산업진흥법 개정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이 공공 정보화 사업의 품질 저하 우려입니다. 아무래도 그동안 대형 공공 정보화 사업을 주도해온 대기업이 제외되고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재편되면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제안요청서(RFP) 상세 작성을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통과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에도 상세 RFP 적용을 위한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개정안은 지식경제부장관이 SW 사업의 요구사항을 분석ㆍ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해 고시할 수 있습니다. 국가기관 등의 장은 SW 사업을 기획ㆍ예산편성ㆍ발주ㆍ계약하는 경우 그 기준을 적용하고 SW 사업을 발주하는 경우에는 세부적인 요구사항을 정해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이 경우 국가기관 등의 장은 SW 사업의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작성ㆍ제안하기 위해 외부전문기관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상세 RFP는 무엇일까요? 또 그동안 거의 대부분 정보화 프로젝트에 적용돼온 기존 RFP와는 무엇이 달라 이를 통해 공공 정보화 사업의 품질 저하를 막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일까요?

상세 RFP는 한 마디로 정보 시스템의 구축범위, 요구사항 등을 자세히 분석한 뒤 세부 내용을 명시하는 RFP 작성방법입니다.

사실 상세 RFP는 대기업의 공공 정보화 사업 참여 제한 정책과 상관없이 이미 4∼5년 전부터 추진돼 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기존 RFP 작성 관행에 대한 반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작성해온 RFP는 상세하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으니 요구사항에 대해 발주자와 수주자의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발주자가 새로운 요구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중간에 과업이 바뀌어 다시 작업을 해 프로젝트 기간이 늘어나고 전체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많이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되면 불합리한 과업 변경, 분석ㆍ설계 단계의 지연과 개발 일정의 축소, SW 개발자들의 과도한 노동과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불명확한 RFP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외부 도움 없이 발주부서에서 작성하거나 정보화 사업을 직접 수행할 가능성이 높은 IT서비스 기업의 도움을 받아 RFP를 작성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입니다. 상세 RFP는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으로는 아무래도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RFP 작성방식에 비해 상세 RFP는 정보 시스템의 구축범위, 기술요건, 요구사항 등을 분석해 요구사항을 상세하게 도출하고 분류해 세부내용을 명시합니다. 이 때문에 사전 발주기획 단계에서 사업에 대한 목표인식과 분석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몇년간 상세 RFP 적용 시범사업을 수행해왔는데, 발주자나 수주자 모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범사업 수행결과, 발주관리업무 개선 만족도 수준이 2009년 66점, 2010년 75점, 2011년 83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상세 RFP 적용 컨설팅 결과를 발주자와 사업자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발주자는 발주기획과 분석 설계, 사업자는 제안서 작성, 계약, 검수단계에서 업무개선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세 RFP 체계 시범사업 적용 후 사업 완료된 기관을 대상으로 진도와 성과분석을 수행한 결과, 검수시점에서 요구사항 준수율이 92.5%, 일정 준수율이 95%로 나타나는 등 사업관리가 원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RFP는 기본적으로 우수한 컨설팅 능력을 가진 외부 전문기업가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번에 SW산업진흥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는 외부 전문기업들이 RFP 작성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근거가 마련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상세 RFP가 분할발주, 프로젝트 관리조직(PMO) 등 다른 대책들과 잘 융합돼 시행되면 공공 정보화 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SW 개발자의 과도한 업무 개선 등 SW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강동식기자 dskang@
▶강동식기자의 블로그 : http://blog.dt.co.kr/blog/?mb_id=ds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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